나는 공무원이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보고 그 정도면 만족하고 다니라고 하였지만 그런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어떤 사람에겐 공무원이 잘 맞을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모든 국민에게 공무원이라는 직장이 맞는 것이 아니었다
1) 이유
특히 나에게 대민업무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민원인들은 생각보다 공무원에게 짜증, 화를 많이 낸다)
그렇게 접수창구에 2년을 있으면서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왔지만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 이 월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후퇴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히 누군가가 접수창구로 다가오면 편두통이 생길 정도로 어마무시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회사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회사 밖에서도 그저 내가 모르는 사람이랑 얘기하는 것이 꺼려지게 되었고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렇게 참다참다가 민원인과 대판 싸운 어느 날 바로 과장실로 올라가서 그만두겠다고 말을 하였다
하지만 과장님은 (어느 공무원집단이 다 그렇듯) 너무 아깝다면서 그만두지 말라 휴직을 해보는 게 어떻냐며 만류하셨다
그래서 질병휴직을 하게 되었다
<질병휴직 단계>
1) 인사과 통보
회사에서는 직원이 휴직을 한다는 얘기를 듣게 되면 바로 인원 수급이 언제쯤 되는지 일정을 확인한다
인원 수급이 되지 않는다면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계약으로 대체직원을 구할 수 있긴 하지만 나 같은 경우 6개월 이상 휴직할 거라고 하였기 때문에 신규 직원을 데려오기로 하였다
나는 다행히 약 일주일 후 바로 인원수급이 가능하다고 하여서 바로 휴직계를 낼 수 있게 되었지만
내 뒤에 또 다른 사람이 휴직을 한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7월까지 인원 보충 예정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고 그분은 7월까지 일을 하게 되었다
(그 사람이 나간다고 우기면 어쩔 수 없긴하나(휴직 사유가 있다는 전제 하에) 하지만 공백에 대해 욕먹는건 각오해야한다
대부분 욕먹기 싫어서 기다리거나 몸이 정말 아파서 나가는 사람은 어떻게든 직원을 구해준다(대부분 계약직 대체직원을 고용한다))
2) 진단서 발급
질병휴직에는 진단서가 필요하다 나는 과장이 휴직을 권하길래 뭔가 뾰족한 수가 있는 줄 알고 얘기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진단서는 직원이 준비해야 한다 정말 몸이 아프거나 다치거나 하면 당연하게 질병휴직이 가능하고 진단서 발급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나의 경우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이럴 때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은 역시나 우울증이다
인터넷에는 우울증 외 각종 정신병으로 진단서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은 다녀야 진단서를 끊어준다고 한다
하지만 이거는 그저 의사선생님을 잘 만나고 병원을 잘 찾으면 해결되는 문제인 것 같다
나는 세번만에 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어쩌면 의사 선생님은 내가 정말 심각한 단계라고 판단하셨을지도 모른다 심리검사했을 경우 심각수준이라고 하긴 하셨다)
하지만 진단서에는 1개월 혹은 2개월의 치료를 요한다 라고 써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6개월 이상이라곤 안써주심 왜냐하면 병원 다닌 횟수가 너무 짧기 때문)
그래서 나는 아예 기간명시를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였고 회사에 가서 이걸로 되냐고 물어보니 기간은 굳이 없어도 된다고 하였다
(이것이 신의 한수였다)
3) 그렇게 휴직
그렇게 나는 휴직을 하게 되었다
휴직을 하게 되면서도 어찌나 말이 많았는지 모른다
내가 왜 휴직을 하게 되는지 사람들은 엄청나게 궁금해했고
나 때문에 자리가 비게 되면서 인사를 새로 정하는 데 너무나도 오래 걸리고 늦어버려서
나는 원래 휴직 들어가기로 한 날짜보다도 하루 더 나오게 되었다
(예를 들어 내가 2월 4일까지 나오기로 하고, 즉, 2월 5일부터 휴직 들어가는 것으로 했는데
내 후임자는 2월 4일 오후 늦게서야 결정되었다, 하도 사람들이 안 온다고 해서 인사를 정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휴직을 하면 집에서 심심할 거다 라며 집에 있는 게 좋은 게 아니다 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친한 사람들이 몰래 해주는 얘기들이었는데
사람들이 그 자리가 뭐가 그렇게 힘드냐, 접수 자리면 그냥 뒤(담당자)로 던져버리면 되지 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였다
사람들은 막상 접수 자리를 제일가기 싫어하면서,
그래서 내가 나갈 때도 끝까지 접수 자리 안 오겠다고 우겨대서 인사가 정해지지도 않았으면서,
본인 업무가 접수가 아니라면 마치 접수가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것처럼 얘기한다(그러고는 자기 자리가 제일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휴직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다른 말없이 건강이 최고라는 말과 함께 이 기회에 잘 쉬고 오라고 해주셨다. 정말 고마웠다.
여하튼 난 현재 휴직을 하게 되었고 심심하지도 않고 그저 너무 좋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보지 않아서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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